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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경제를 망치는 화폐제도의 이면,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by Bookers_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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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해서 정말로 알고 있는 게 있을까? 우리가 매일 쓰는 이 종이쪼가리, 카드, 디지털 숫자들 말이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를 읽으면서, ‘돈’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돈은 언제부터 이렇게 가벼워졌을까? 종이도, 동전도 아닌 그저 신용카드의 숫자, 스마트폰 속 앱의 잔액으로만 존재하는 이 돈의 정체 말이다.

이 책은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뭔가 아찔하다. ‘아, 이 시스템... 제대로 돌아가는 거 맞아?’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정말 그들만 부자가 되는 걸까?’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금으로 지탱했던 경제, 신뢰로만 버티는 지금

책은 금 본위제 얘기로 문을 연다. 오래전엔 화폐의 가치는 금이 보증했다. 지폐 한 장을 들고 은행에 가면 진짜 금으로 바꿔주던 시절. 그러니 금이 화폐의 든든한 뒷배였다.

그런데 지금은? 금은 사라지고, 남은 건 ‘신뢰’뿐이다. ‘우리가 믿는 만큼 돈이다’라는 식의 희망 사항으로 돌아가는 이 세계. 저자는 금 본위제가 무너진 뒤부터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뒤틀렸다고 말한다.

빚으로 빚을 막고, 화폐는 종잇조각이 되고

정부가 돈이 모자라면 찍어낸다.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오고, 인플레이션이 오면 서민은 더 가난해진다. 그런데 정부는 말한다. “괜찮아, 다시 돈을 더 찍을게.”

이야, 악순환이 따로 없다.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빚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저자는 ‘이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 구조 안에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정부의 개입, 정말 우리를 돕고 있을까?

책의 가장 거침없는 주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우리를 돕지 않는다.’

정부는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금리 인하’, ‘양적 완화’, ‘화폐 발행’이라는 무기를 꺼낸다. 언뜻 보면 경제를 살리는 것 같지만, 책은 말한다. 결국 서민에게는 더 높은 세금으로, 더 낮은 실질 임금으로 돌아온다고.

미국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30년 전만 해도 연 6만 달러를 벌어야 최고 소득세율을 맞았는데, 지금은 5만 5천 달러만 벌어도 같은 세금을 낸다고? 물가까지 고려하면, 월급쟁이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는 게 맞는 셈이다.

로마의 멸망 – 그거 남 얘기 아냐

책에서 로마제국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처음엔 좀 뻔한 고대사 예시겠거니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꽤 날카롭다.

로마는 단순히 외부의 침략으로 무너진 게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로마는 스스로의 손으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시장을 왜곡하는 법을 만들고, 세금을 끝도 없이 올리면서 내부를 좀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제국은 내부에서 썩어버렸다.

여기서 저자는 현대의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은근슬쩍 빗댄다. 눈앞의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를 무한정 찍어내는 정부들, 물가 상승에 허덕이는 국민들. 뭔가 로마의 그림자가 겹쳐 보인다.

최저임금이 선의라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책에서 논란의 여지가 가장 많은 파트는 바로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는 최저임금이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약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산성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사람들은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고, 시장은 더 냉혹해진다. “이게 정말 보호일까?” 하는 물음이 남는다. 나도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냐하면 다른 경제학자들은 또 다르게 말하니까. 하지만 책의 논리는 단호하다. ‘시장은 인위적인 하한선을 싫어한다’고.

그리고 남은 질문, ‘나는 이 구조를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까?’

책장을 덮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 책은 친절하게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투자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재테크 비법을 주지도 않는다. 대신 경제의 ‘틀’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틀은 불편하다. 내가 믿었던 제도, 정책, 국가가 그다지 내 편이 아닌 것 같아서.

하지만 나는 이런 책이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믿고 따라가는 시스템을 한번쯤 의심하게 만드는 책.

마지막으로,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까?

이 책은 단순한 부자 되는 법, 돈 버는 법이 궁금한 사람보다는, ‘왜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걸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 뉴스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기사들, ‘양적 완화’, ‘기준금리 인하’ 같은 용어가 실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경제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지. 이 책이 당신에게도 그 ‘불편한 질문’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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