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김상현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책 제목에 이끌려 우연히 접한 책이었지만, 따뜻한 문체와 여운이 남는 글들이 알게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책은 에세이집 답게, 전반적으로 저자의 경험과 일상을 통한 깨달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만 같을 때'부터 2장 '불안하지 않다면 어떠한 고민도 없다는 거니까', 3장 '무엇이 되더라도 무엇을 하더라도'
몇가지 기억에 남는 글들을 적어본다.
오래달리기를 할 때, 어떤 날은 앞 사람의 발끝을 보며 페이스를 맞추기도 하고, 어떤 날은 목표를 정해두고 그 사람보다만 빠르게 가려고 페이스를 조절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초반부터 빠르게 달려 나가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페이스를 잡지 못해 지치거나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내 발에 페이스를 맞추고 한걸음씩 나아갈 때, 온전히 오래달리기를 해낼 수 있었다. 인생의 속도도 남들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다보면,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 의자를 사지 말라. 어떤 의자든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배고플 때 장보지 마라, 무엇이든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힘들 때 아무나 만나지 마라, 누구에게든 기대고 싶을 것이다.
감정을 생각하고 관찰하려는 노력은 즉흥적이고 위험한 선택을 막아줄 수 있다. 즉, 감정은 본질을 파악하는 순간 힘을 잃기 시작한다. 비슷하게 걱정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걱정을 객관하함으로써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괴로움을 해결해야 할 대상의 하나로 바라보며 어떻게 다룰지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 여유가 생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약 17,500명이라고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을 받겠지만, 또 여러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원하는 것과 하고싶은 일이 명확하다면 부정적인 시선에도 "그래서, 뭐" 라는 태도로 나아가면 된다. 결국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떠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와 함께 존재할 것이니 다른 사람의 기준과 잣대에 너무 많은 의미부여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을 올가미에서 풀어줄 사람도 오직 자신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과거가 아닌 지금에 집중해 미래에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비록 참가한 모든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에 힘을 주었던 연습은 결코 헛된게 아니었다.
저자의 꿈은 카피라이터였다.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떨어졌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 소리 하나'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답변을 주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페이지에 사람들이 고민을 올릴 리 없어 저자는 결국 스스로 고민을 올리고 답변을 달아주기 시작했고, 몇 달간 그렇게 하자 고민을 담은 사연들이 오기 시작했다.
고민들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자 인지도가 쌓이기 시작했고, 어떤 사연자는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모아 모음집을 만들어 보내주기도 했다. 모여있는 글을 보며, 저자는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문장을 썼던 지난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봄에 피는 벚꽃이 가끔 가을에 필 때가 있다. 가끔 태풍이 많은 여름을 지나면 그러는데, 태풍을 겨울의 매서운 바람으로, 태풍이 지난 후 가을의 햇빛을 봄의 따스함으로 착각해 시기에 맞지 않게 피어나는 것이다. 벚꽃은 주위 꽃들이 언제 피는지를 보고 피는 것이 아니라, 수천만 번의 흔들림을 견디고 버텨내 따스한 햇살이 비춘 것이라 스스로 판단해 피어난 것이다. 우리도 다른 사람보다 늦어서, 다른 사람만큼 못하는 것 같아서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벚꽃은 언제 피어도 벚꽃인 것처럼, 나만의 속도로 흔들림을 견디면 나만의 때에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히 책 제목에 이끌려 기대 없이 읽어본 책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하며 겪었던 저자의 고민들과 주변의 시선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상황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아 큰 위로가 되었다. 치열했던 저자의 삶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작지만 한걸음씩 걸어낸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로가 되었던 문장 하나를 적으며 글을 마친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 안다는 것은 삶을 거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의일비하는 것이 아닌, 감정에 휩쓸려 섣부른 선택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아닌, 삶을 여행으로 대하게 만드는,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