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읽고 느낀점과 간단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우리의 중심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다. 마치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천문학이 발전해 나갔듯, 우리 역시 우리의 중심이 우리 의식이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며 얼마나 매력적인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 실험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의 눈동자를 실제보다 더 확대한 사진들에 일관되게 더 큰 매력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성의 팽창된 눈동자가 성적인 흥분 및 준비 상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뭔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뇌는 이 사실을 아는데, 실험에 참가한 남자들은 몰랐다.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 기쁨에 차서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이 천재적인 발상이 뇌리에 떠오르기 전에 뇌가 이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놓은 것이다.
우리의 인지를 제한하는 중심에는 시각이 있다. 생각보다 시각처리는 완벽하지 않다. 수많은 착시현상들이 그렇고, 몇년간 앞을 보지 못하다가 앞을 보게 되는 경우, 시각적인 착각은 훨씬 심해진다. 시각은 다른사람과 동일하지만 뇌에서 그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각이 없을 때, 복도는 양 팔을 벌린 거리가 일정하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시각이 갑자기 생기면 양쪽 시야가 멀리서 한 점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물론, 할 수 있는 생각과 할 수 없는 생각도 우리 무의식의 회로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왕위를 갓 받은 어린 군주같이 뇌가 의식적인 미미한 일들을 하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무의식 속에서 이뤄진다.
무의식보다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배란기의 스트립 댄서는 평소보다 두 배 가량의 팁을 받았고, 생리를 억제하는 호르몬제를 먹는 스트립 댄서는 평균 이하의 급여를 받았다. 눈과 머리로 구별하지 못하는 미미한 차이를 우리 무의식이 인지해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움벨트 너머 움게붕이라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 상당히 넓은 곳이 있다.
저자는 뇌를 라이벌들로 이루어진 한 팀으로 보는 것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무의식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우리를 설계한다. 그것도 자동으로, 상상도 못하는 효율성으로. 그러면 우리의 지능과 의식은 왜 필요한가. 유연성 때문이다. 효율적인 일상 속에 새로운 이벤트가 생기면 의식이 관여해야 한다. DNA나 무의식에 프로그래밍대로는 대응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조금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능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로봇을 만드는 연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면, 자연이 찾아낸 비결들을 해독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이제 깨달은 것이다.
이는 범죄행위나 범죄자에게도 적응될 수 있는데, 특정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폭력적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두 배 이상 높다. 우리는 어디까지가 생물학적 요인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은 무의미하며, 두 가지가 똑같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유죄여부가 아니라 앞으로 범죄자들을 어떻게 할지이다.
저자는 전전두엽 훈련을 통해 뇌에서 일어나는 충동에 지지 않고 극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뇌와 행동은 밝혀지지 않았다. 헌팅턴병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정 유전자들의 여부만으로는 어떤 행동 또는 질병을 예측할 수 없다. 환경과 특정 환경에 노출된 시간 등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들 사이 사이의 공간 역시 중요하다. 수많은 조합이 이후 나타나는 것들에 영향을 주거나 주지 않는다.
초반에는 굉장히 몰입해 책을 읽어나갔다. 감각과 무의식, 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들로 가득차있었다. 뒤로 가면서 이 부분에 대한 정리나 활용방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우주가 광대한 만큼, 우리 뇌와 우리 내면이 광대하고 대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책이 끝나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를 이끌어가는지에 대한 좋은 힌트가 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