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철학자이자 소설가이며, 대중에게는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었다.
이 책은 스크루테이프라는 고위 악마가 자신의 조카인 웜우드(역시 악마이며, 지상에서 한 인간을 꾀어내는 임무를 하고 있다.)에게 임무를 잘 해내도록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지탄을 하며 담당한 인간(환자라고 칭한다)을 천국이 아닌 영원히 지상에 묶어두도록 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31개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미리 밝혀두자면, 저자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성당에서 평생 신앙생활을 하였고, 서문에도 악마를 믿느냐는 질문에 하나님 외에 영원하고 자존적인 존재는 있을 수 없으며, 그 어떤 존재도 하나님의 완전한 선에 대적하는 완전한 악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악마의 본질에 대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저자의 견해를 풀어 쓴 글이다. 하지만, 종교를 떠나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들과 감정들, 문화와 미디어, 인식은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빚어가는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드러나 있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며 몇 가지 인상깊은 구절과 느낀점을 간단히 적어본다.
책에는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악마의 계획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곳의 난민이나 기아를 안타까워하며 눈물흘리지만 곁에 있는 가족에게는 짜증을 내거나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비과학이고 필요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는 악의를 품게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지의 사람들에게는 선의를 갖게 하는 것이지.
과학을 감상적으로 만들고, 신화화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이 열리기 전에 사실상 우리에 대한 믿음을 슬금슬금 밀어넣는 법을 터득할 날이 오고 말리라는 소망이지.
또한, 만사에 중용을 지켜 종교에 빠지지 않게 하라고 조언하기도 하고, 참과 거짓이라는 명백한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구나 거치는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라는 조언도 한다.
교만과 만족감, 지나친 미식과 탐식 등도 인간이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무의미한 것에 탐닉하게 하려는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말하는데, 때로 음식이 놓여지는 각도까지 신경쓰는 몇몇 매체를 보며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서 몇몇 부분에서는 공감이 가기도 했다.
이외에도 앞서 말했듯, 인간들을 꼬시려는 악마들의 계획과 작전들이 31개의 편지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스크루테이프와 조카 웜우드가 목표로 하던 인간은 전쟁에 나가 폭격을 받아 사망한다. 대상이 죽은 것이 악마들에게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맞이한 죽음은 악마가 어찌할 수 없는, 이들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악마에게는 우리가 죽는 것보다 서로 사랑하고,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교만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혼자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삶의 시간에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감동이 되었던 구절을 적으며 글을 마친다.
놈은 신을 만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존재 자체까지 의심했다. 그런데 막상 신을 만나는 순간, 자기가 처음부터 그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기 혼자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삶의 시간 시간마다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해 주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단 말이다.그들에게 일일이 "당신은 누구시죠?" 라고 묻는게 아니라 "바로 당신이었군요"라고 말 할 수 있었던 거야
아기 때부터 고독한 순간마다 경험했던 느낌, 어떤 친구들이 자기 주변에 함께 있어 주는 듯한 그 아련한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 드디어 이해가 되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