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지성으로 표현되는 이어령 선생이 작고하기 전, 김지수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마지막 수업' 이라는 제목으로 엮었다. 마지막 몇 개월 간 별다른 주제 없이 나눈 기탄 없는 대화 속에 이어령 선생의 인사이트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녹아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점과 줄거리를 나누고자 한다.
줄거리와 느낀점
이어령 선생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평생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손자와 딸을 먼저 보내면서도 스스로 운이 좋다고 한다. 운 나쁜 사람은 태어나지도 못한다며.
선생은 글을 쓰며 돈을 벌고 밥을 먹은 것이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전부 선물이었다고 한다. 세상 모든 것이 선물이고, 자신이 글로 먹고 살 수 있던 것도 글쓰기라는 재주를 선물로 받은 것이라는 것이다. 시대의 지성이라고 평가받는 작가가 선물만으로, 재능만으로 될 수 있겠냐마는, 선생은 그렇게 자신을 회고한다.
선생은 인터뷰에서 동서양의 고전들과 일본의 시들, 성경과 종교를 넘나들며 얘기한다. 목적 없이 던진 질문에 동양으로 갔다가, 서양으로 갔다가, 종교를 다루었다가 문학을 다루다가 다시 사람을 다룬다. 성경에 나온 탕자의 얘기를 들며, 아버지 입장에서 집나갔다 돌아온 탕자가 더 귀한것이 당연하다며 집에 있는 아들은 그저 집의 일만 했지만 때로 탕자가 밖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인생이 확장되기도 하고, 망해서 돌아와도 적어도 집에만 있던 아들보다는 집을 더 귀하게 여길 거라고 한다.
양을 치는 목자의 비유를 들어 한 마리 잃어버린 양보다 99마리 곁에 있는 양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목자 입장에서는 다 같은 양이다. 또, 길 잃은 양 한마리가 새로운 것을 찾을 수도 있으니 더 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선생의 인사이트와 지혜의 폭과 너비를 넘나드는 대화를 읽다보면, 집중이 안된다거나 산만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나도 모르게 그 대화에 빠져들게 된다. 선생의 지식과 지혜에 감탄하며 빠르게 다음장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제 이어령 선생은 우리 곁에 없지만, 선생이 생전 바랬던 것처럼, 그가 남긴 글들이 남아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