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유명한 철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니 꽤나 부침 많은 생애를 살았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아버지는 쇼펜하우어가 철학보다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기를 원했고, 이와 타협해 쇼펜하우어도 아버지를 따라 잠시 사업을 배우기도 했다. 그가 열일곱 살, 아버지는 강에 투신했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자마자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해 그는 평생 가정을 불신하게 된다.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할 때에는, 자신이 강렬하게 사상을 비판했던 헤겔은 학생들이 강당을 꽉 채웠지만 자신의 강의에는 다섯 명만 오는 것을 보고 절망하기도 했다.
그는 그의 삶 내내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며, 태어났다면 차선은 목숨을 끊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지만 베를린에 콜레라가 돌자 목숨을 구하기 위해 베를린을 탈출했다. 이것이 헤겔이 마지막까지 철학을 강의하다 세상을 떠난 것과 비교되며 평생을 조롱받으며 자신의 철학을 다시는 강의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이루지 못했지만 그러한 고통의 인생을 철학으로 승화시킨 쇼펜하우어. 때문에 그의 철학은 어떻게 살지가 아니라 어떻게 죽고 어떻게 파멸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었다.
이 책,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그의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포함해 5개의 저서와 편지, 일기 등을 토대로 그의 철학과 사상을 재구성한 책이다.
그의 철학을 감히 한 줄로 요약해본다면,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찬 무의미한 의지의 반복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대한 의지를 부정하고 내적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일 것 같다. 그가 자주 했던 말,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죽는 것이 차선이다 라는 말 역시 인생이 이러한 주제에 맞추어 생각해보면 매우 적절하게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삶을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으로 보았으며, 그 이유는 인간이 맹목적인 생존 의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지는 끝없는 욕망과 결핍을 낳고, 이는 곧 고통의 근원이 된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은 고통 자체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우리는 이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그는 의지의 부정을 통해 고통을 줄이고, 예술, 철학, 그리고 윤리적 성찰을 통해 내적 자유를 추구하는 길을 제시했다. 결국 그의 철학은 단순한 비관론에 머무르지 않고,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해탈의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실존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몇몇 인상깊은 구절들로 글을 맺는다.
모든 전투는 자신과 싸움이다. 내가 강해질수록 나는 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내가 휘두른 칼이 결국 나의 머리를 자르고야 말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나를 이길 수 있는가? 항복이다. 나의 항복은 적의 항복이며, 내 적은 바로 나의 의지다. 나의 마음이 진정으로 항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고통의 근원이 의지에 있음을 간파했고, 그 해답으로 의지를 내려놓고 항복하라고 했다. 그는 삶의 비극과 무의미함 속에서 해탈의 가능성을 찾았으며, 모든 투쟁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고통을 끝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는 말한다. “의지를 내려놓고 항복하라.” 그것이야말로 자유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별함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 속에서만 특별함이 갖춰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의지에의 항복은 단순히 수동적인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적극적인 해방의 행위이며, 자신을 얽매는 욕망과 끊임없는 결핍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의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항복이야말로 고통을 초월하고 내적 자유를 얻는 열쇠라고 보았다.
그가 제시한 항복은 패배가 아니라, 더 깊은 깨달음으로 가는 초대다. 그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끝없는 욕망의 충족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고요히 초월하는 선택이다.
이 책은 서두에서 밝혔듯, 쇼펜하우어의 글들과 편지들을 엮어둔 책이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그의 생각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저서를 읽어보며 다시 한 번 감동을 느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