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어보았다.
부끄럽게도 스크루지 영감이 디즈니 만화의 에피소드 속 캐릭터라고만 알고 있었다.
익숙한 내용과 줄거리였지만, 새로운 책을 처음 읽는 것처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읽은 문예출판사의 크리스마스 캐럴 책은 크리스마스 캐럴 외에 "크리스마스 잔치",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 등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발표한 단편들이 함께 있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고 느낀점을 적어본다.
스크루지는 우리에게 짠돌이, 구두쇠 등의 이미지로 굉장히 익숙한 인물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비유와 인용, 앞서 말했듯, 애니메이션을 통해 스크루지를 접했다.
책 초반에 나온 스크루지는 꽤 지독한 사람이다. 조카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에도 가난한 주제에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조카와 그의 가족을 한심하게 얘기한다.
기부를 위해 온 단체에도 악담을 퍼붓는다.
이런 스크루지가 유령을 만나 변화는 내용이 담겨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인색하고 돈밖에 모르던 스크루지 영감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죽은 사업 파트너인 말리의 유령을 만나 유령에 대한 경고를 듣고, 이후 세 번의 유령을 만난다.
유령들은 각각 과거에 스크루지의 모습들, 현재 스크루지 주변의 모습, 미래 스크루지가 죽었을 때의 반응을 보여주고 크게 깨달은 스크루지는 과거를 반성하고 주변에 베푸는 관대한 사업가로 거듭난다.
책을 읽으며 느낀 스크루지는 선한 사람이다.
세 번의 유령 중, 첫 번째 유령을 접하고 바로 지난 삶을 뉘우친다.
사실 과거의 유령이 보여준 삶에서는 뉘우칠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다정했던 여동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추억, 견습생이던 자신과 동료들에게 사랑을 베풀던 펫치윅 영감과 부인, 변해가는 스크루지에 질려 떠나버린 옛사랑 뿐이었다.
저런 기억따위야 아랑곳않고, 보다 악착같이 돈을 모을수도, 유령에게 꺼지라고 욕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스크루지는 과거를 바라보며 슬퍼하고 견딜 수 없어했다.
그리고 현재의 유령과 미래의 유령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스크루지는 완전히 변화한다.
현재의 유령이 보여준 크리스마스 풍경에 스크루지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는데,
자신이 적은 돈을 주고 고용한 로버트의 아픈 아들이 죽는 것과, 그토록 무시하던 조카가 여전히 자신을 생각하고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함을 슬퍼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유령과 함께 여러 장소를 다니며 행복과 희망을 주면서 스크루지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미래의 유령은 스크루지의 죽음을 보여준다. 누구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스크루지의 돈을 가져갈 수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름의 예의를 다해 존중하던 사업파트너도 자신의 죽음을 욕하고 있다.
스크루지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유령이 지난 이후부터 바로 변한다.
변화한 스크루지는 로버트의 집에 요리 재료를 보내고, 지각한 로버트에게 임금을 올려준다. 그리고 조카 부부가 초대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간다.
사람들은,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지내는 사람이라며 추켜세우기까지 한다.
저자인 찰스 디킨스는 돈벌이를 위해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썼다가 스스로가 감동을 받아 책 표지도 직접 디자인을 하고,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추어 판매를 했다고 한다.
때문에 굉장히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도, 저자에게 돌아간 수입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조금 남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구독자 분들도 이미 읽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책을 읽어보고 따뜻한 연말을 맞이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