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가 미국 내 모든 대학교의 졸업생들에게 선물한 책이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시선과 지식들에서 벗어나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담은 책으로, 책의 제목은 팩트풀니스, 한국말로 번역하면 “사실충실성”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이다. 팩트풀니스의 대략적인 내용과 읽고나서 느낀점을 간략하게 작성해본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13가지 문제로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정확하지 않음을 짚어준다. 문제 일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현재 전 세계 저소득층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마치는 소녀의 비율은?
2. 최근 20년간 전 세계 극빈층 비율은 늘었는가? 비슷한가? 줄었는가?
3. 전 세계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인구의 비율은 얼마인가?
저자는 의대생, 국제기구 직원, 언론인 등 14개국의 1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으나, 정답을 맞춘 개수의 평균은 2개였다. 3지선다형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개 중 한 개를 일관되게 찍기만 해도 평균정답률 33%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세상의 사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꽤 많이 왜곡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가난과 인구 성장, 기초 보건 등에 대한 ‘팩트’를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를 비판적 사고와 호기심으로 인도한다.
다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본능들이다.
1) 간극 본능: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으로 나누고 그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상상하는 본능이 있다. 때문에 세상을 저소득국가와 고소득국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과 같이 분류한다. 하지만, 실제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가 일부 있고, 70%의 국가들은 그 중간에 존재한다. 이러한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평균과 극단이 아닌 다수를 봐야 한다.
2) 부정 본능: 사람들은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고 생각한다. 당장 세계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과반이 넘는 응답이 점점 나빠진다는 응답을 했다. 하지만 통계를 봐도, 지난 20년간 전세계 극빈층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오늘날의 세계 기대 수명은 72세이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보급률, 안전한 상수원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 예방접종 비율 등은 크게 늘었고 항공기 사고, 아동 노동 등은 20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3) 직선 본능: 인구는 증가한다. 하지만, 단지 증가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지난 수세기동안,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했지만, 그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지지는 않는다. 도표의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4) 공포 본능: 우리는 공포로 인해 현실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전쟁과 오염으로부터 세계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위험성을 계산함으로써 이러한 공포 본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5) 크기 본능: 전체를 보기보다 눈 앞의 크기를 보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아닌,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봐야 국가별 감소 정책을 세우고 적용할 수 있듯이, 크기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6) 일반화 본능: 우리가 저들을 다 똑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전 세계 1세 아동 중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전체 아이의 88%임에도 사람들은 선진국의 아동을 대상으로 생각한다. 전세계 여성들이 생리를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부유한 국가들의 3억명을 대상으로 시장을 한정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세계 인구 다수의 삶의 단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7) 운명 본능: 많은 사람들은 성별, 인종, 국가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정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계속 가난할 운명이라는 생각은 매우 널리 퍼져 있지만, 대부분은 단지 느낌에서 비롯한 생각일 것이다. 고작 50년 전만 해도, 중국과 인도, 한국 모두 지금의 아프리카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훨씬 뒤쳐져 있었던 것처럼. 변화는 느릴 수 있지만,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단일 관점 본능: 우리는 때로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자유 시장의 모든 문제가 정부 개입이라는 단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정부 개입에 반대해야 하고, 불평등에 늘 반대해야 한다. 이런 식의 생각은 쉽고 편리하지만, 큰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3) 비난 본능: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누군가 나쁜 사람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면 세상은 예측 가능하고 덜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비난 본능은 진실을 찾고 사실에 근거해 이해하기보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할 뿐이다.
4) 다급함 본능: 시간에 쫓길 때, 인간은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다급함에 쫓겨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알면, 이러한 본능이 조금은 억제될 것이다.
저자는 위와 같이 10가지 사실 인식을 방해하는 본능을 언급하며,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하고 피해야 할 사고에 대해서 짚어준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두 가지 집단으로 바라본다.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하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통계에 따르면, 세상은 그렇게 나뉘지 않는다. 대부분의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나라가 있고, 소수의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머리에 새로운 울림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개발도상국의 삶은 깨끗한 물을 구하러 몇 시간을 걸으며, 한 가정당 10명씩 자녀를 낳지만 농사를 돕느라 교육은 받지 못하는 삶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가 개발도상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들은 지금,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고, 일부 가난한 나라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2명의 아이를 낳아 교육을 시키며 전세계적으로 깨끗한 상수원의 물을 접하는 기회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저자가 알려준, 우리가 매몰되기 쉬운 사고방식과 편견을 벗어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도,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팩트풀니스”를 찾아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