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뮈의 소설 페스트는 1947년 발표된 소설이다. 소설에서 까뮈는 프랑스에 덮쳐온 나치의 전체주위와 그 동조 세력을 페스트라는 질병에 비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약 7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으며 코로나 때의 우리가 생각났다. 새롭게 덮쳐온 거부하지 못하는 사상이든 외국의 군대든, 전염성 높은 질병이든 비슷함 때문일까. 까뮈의 담담한 문체로 주인공인 의사 리외의 시각에서 써내는 질병 앞에서의 도시의 모습을 읽으며 느낀점과 대략적인 줄거리를 남긴다.
아직 전염성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악성 질병이 오랑 시에서 몇 건 발생했다. 그 증상들이 현실적으로 불안을 줄 만큼 특징이 나타나 있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전 시민이 이해해주리라 믿으며 몇가지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죽은 쥐가 한두마리씩 집 안에 피를 토하고 널려있는 것을 시작으로, 한 두명씩 죽고 있었다. 몇몇 의사들은 페스트의 가능성을 제기했고, 사람도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 때 오랑 시에서 발표한 주의문은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마치 사안의 시급성을 사람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것처럼.
중대한 발표를 하기 전, 흐릿한 책임소재로 피해가기 위해, 또는 어느정도 시민들의 완충효과를 위해 부드러운 어조로 발표하는 것은 지금과 비슷하다. 까뮈는 경험으로 아는 걸까. 소설가들의 이러한 세세한 것까지 마치 경험한 것 같이 적는 글들은 좋은 글을 읽을 때마다 놀랍다.
공고 이후 첫째 날 16명을 시작으로 사망자수는 점차 늘어갔지만 겉으로는 변화가 없었다. 출퇴근 시간의 전차도 여전히 만원이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거리에서, 영화관에서 취미를 즐겼다. 평소와 같은 일상 속에 사망자도 며칠 간 10여명 밖에 없어 의사 몇이 페스트라며 호들갑을 떨던 전염병은 물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기도 잠시, 사망자가 갑자기 느는 순간, 페스트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며 시의 문은 폐쇄되었고, 각종 우편 통신의 교환이 금지되었다.
그렇게 자유라고 인식도 하지 못하던 소소한 것들이 점차 사라지고 금지되면서 사람들은 잠시 당황하면서도 금세 적응해 나갔다. 도시 폐쇄 이전의 다채로운 색깔에서 잿빛 도시가 되가면서 사람들의 감정들은 무더져갔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이제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우리 시민들은 굴복했고 흔히 말하듯 거기에 적응하고 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리외는 그것이야말로 불행이며 절망에 젖어버린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더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어렵고 절망적일 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 랑베르는 신문기자로, 오랑 시에 취재를 나왔다가 격리되어 뒷돈을 주고 탈출하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오랑시에 느낀 소속감과 함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시민들과의 유대감으로 탈출 직전에 남기로 했다.
나는 떠나지 않겠어요. 여러분과 함께 있겠어요.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적응해 나갔다. 옥상에서 햇빛을 즐기기도 하고, 방파제까지 가서 해수욕을 즐기고 또한, 격리된 수용소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시 수용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며 이야기 초반 피를 토하며 죽어가던 쥐들은 이제는 다시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그 쥐들을 사람들은 반가워한다.
물론, 조심성 많아진 시민들은 선뜻 기뻐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단시일에 몇 개월간 축적된 힘을 전부 잃어버리고 소강되었다. 시민들은 페스트 속에서도 서로 돕고 위로하며 소소한 행복과, 때로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속에서도 어지러운 틈을 타 밀매업자가 돈을 벌기도 하지만, 이야기 끝에 총격전 끝에 체포된다. 그렇게 페스트를 이겨낸 오랑시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 까뮈의 글은 읽기 어렵다. 특유의 담담하고 높낮이가 없는 문체가 나 같은 독서 초보자가 느끼기에 어려워서일 것이다. 집중해 보려고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쳐도 잠시 후에 꾸벅꾸벅 졸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까뮈의 글은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분명 지난번에도 읽은 문장인데, 새로 읽을 때 다시 주는 감상이 매번 새롭다. 때문에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매번 지난번보다 재미있게 느껴진다. 단조로운 내용과 고저없는 문체, 꽤 두꺼운 책이 초보자가 읽기에 조금 부담스러운 분량일 수 있으나, 읽을 때마다 새롭게 와닿는 까뮈의 매력에 구독자 분들도 빠져보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